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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소설(2편)

북리뷰

by English helper 2020. 2. 2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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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타닥 타닥오늘도 혼자 야근이다.

텅 빈 사무실 내 앞에 있는 조그만한 노트북만이 내 유일한 말동무이며 의지 할 수 있는 친구이다. 빛이라고는 손전등과 같이 약하게 비추는 초록색 그림 뿐 이고 타자기 소리가 메아리 칠 때면 혹시 누가 있나 가슴이 두근거린다. 두근거림은 끝내 나를 무시하는 회사 동료들에 대한 부아로 이어진다. 그렇다, 집단 따돌림의 대상, 그게 바로 나다.

처음에는 모두들 친근하고 따듯하게 대해주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들은 나에게 하나씩 부탁해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바쁘고 사정이 있다고 하니 승낙하곤 했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다른 사람의 일을 혼자 도맡아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많은 사람들의 업무를 혼자 감당하다 보니 내 업무에는 점점 차질이 생기기 시작했고 이제는 본인의 일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나와 아무도 밥 한번 같이 먹으려 하지 않으며 모두들 나를 피한다. 힘들고 너무나도 지치지만 누구하나 나한테 관심을 가져 주는 사람이 없다. 너무나 외롭게 홀로 지내 온 지도 어느덧 10. 만년 과장이라는 꼬리표가 이제는 친근하기 까지 하다.

 

시간이 지나 나한테 일을 맡기던 사원들 까지도 승진하고 더 좋은 곳으로 발령받아 축하를 받을 때, 나는 혹시나 직업을 잃게 되진 않을까 하는 불안감과 가족들의 따가운 눈초리로 인해 왼지 모를 중압감에 사로 잡혀야만 했다. 어떤 이들은 가족이 삶의 원동력 이라고 하고 또 다른 이들은 가족 때문에 지금의 자신이 있다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나의 경우는 좀 다른 것 같다. 집에 가면 나를 반겨주는 녀석은 망둥이 뿐이다. 꼬리를 흔들며 나를 반겨주는 모습에 나를 애써 기다려준 녀석이 고맙기도 하고 이내 마음한 구석이 아려오기 시작한다. 문을 열고 들어선 집 안은 사람이 사는 것 같지도 않게 삭막하다.

 

아빠가 왔는데도 음악을 들으며 흥얼거리는 재희. 분명 방금 까지만 해도 열려있던 방문이 어느새 굳게 닫혀 있다. 또 혼자 무엇을 하는지 밖에는 나와 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 재중이. 요즘 들어 말수도 줄어들고 집에선 통 얼굴을 보기가 힘들다. 녀석한테 이제야 사춘기가 오나보다... 재희와 재중이가 같이 있는 모습을 본지도 어느덧 3년 남짓이나 지난 것 같다. 방에 들어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내가 온지도 모른 채 자고 있는 아내를 보고는 이내 울컥 하고 만다. 도대체 언제 부터였을까? 서로를 향한 사랑이라고는 찾아볼 수조차 없는 나의 가족들.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 졌다고 밖에 설명 할 수 없는 나의 가정. 돈이 필요 할 때면 나를 은행 같이 이용하고는 사라져버리는 아이들. 다른 집의 남편들과 나를 비교하기에 바쁜 아내. 다른 사람들은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 집에서 아이들과 아내를 보면서 푼다던데. 공부하느라 힘들어도 아빠 위하는 자식들 보면서, 맞벌이 하면서도 남편 위하는 아내 보면서 힘을 낸다던데. 다른 집들과는 다르게 오늘도 역시 나의 넋두리를 들어주는 역할은 망둥이가 맡았다. 한참을 신나게 털어 내다가 문뜩 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나를 이해한다고 말 하는 것 같은 녀석의 눈망울에 나도 모르게 한 방울 뚝 떨어진다. “언제부터 엉키기 시작한 걸까너는 알고 있니 망둥아?” 아무대답이 없는 녀석.. 이내 정적이 흐르고 힘이 들 때는 하늘을 봐~너는 항상 혼자가 아니야옆방에서 들려오는 재희의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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