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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소설(1편)

북리뷰

by English helper 2020. 2. 2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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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금은 벚꽃이 피는 계절. 바람에 살랑거리는 연분홍색 꽃잎들이 모든 이의 어깨에 살포시 내려앉아 그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가져다주고 힘든 일이 있어도 왠지 다시 일어나서 힘을 내어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 같은 계절.

그러나 나에게는 남에게 말 못할 사정이 있어 괴롭기만 하다. 수업시간이지만 선생님 말씀이 제대로 귀에 들어오질 않는다. 내가 지금 심각하게 고민하는 이유는 몇 달 전, 새 학기가 시작할 무렵에 나에게 찾아온 성장통(성장통과의례) 때문이다.

평소와 다름없는 학교생활이었다. 등교해서 수업준비를 하고 창가 근처에 있는 내 자리에 앉아 수업 준비를 하고 멍 때리고 있었다. 그러다 내 귀에 들려온 특유의 청소년기 남학생들의 짓궂은 대화. 그 대화를 들었던 그 순간 나는 어느 청소년기의 평범한 남학생과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며칠 전부터 남학생도 한명이 자꾸 눈에 띄었다. 자꾸 눈길이 가고 신경 쓰이고 좋아하는 이성 친구에게 느끼는 감정을 그 아이에게서 느끼고 어떤 때에는 나도 모르게 그 아이를 계속 쳐다보다가 선생님께 무슨 생각을 하냐며 지적을 받기도 했었다. 그 때는 그저 자신과 여러 면에서 다르고 새 학기 새 친구를 만나 감정이 다른 때보다 괜히 기분이 들떠있나 보다, 라고 그러려니 하고 지나갔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남녀공학이라 여학생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 남자아이만 신경 쓰인다는 것이 그냥 지나갈 일이 아니었다. 결국 하루 종일 그 생각만 하다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PC방에 가자는 친구들의 말도 들은 채 만 채 하며 복잡한 마음으로 돌아왔다.

나 이제 어쩌지?” 나 혼자 끙끙대서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렇지만 가족에게는 절대 말할 수 없다. 분명 무심하거나 극성맞은 반응을 보일 게 뻔하다. 게다가 하나뿐인 재희 누나는 치열한 사회로 뛰어든 갓난아이인지라 내 고민을 털어놓는다면 나는 그 자리에서 본전도 못 뽑고 누나의 이때까지 쌓아놓은 신세한탄을 4절까지 들어야 할 것이며 엄마는 내가 다니는 학교에서 급식 배급 일을 하시는데, 나의 이러한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다면 일거수일투족 날 비밀리에 날 쫓아다니며 내가 어떤 상태인지 알아내려 할 것이며 오히려 내 일상이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절대 안 돼! 이런 내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거야?” 무거운 마음으로 방에 들어갔더니 우리 집 막내이자 애교덩어리 망둥이가 나를 졸졸 따라 들어온다. 그래 비록 애완견이지만 나에게는 날 이해해줄 망둥이가 있어. 이 녀석, 내가 고민 때문에 마음이 심란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라도 한지 내 고민을 들어주겠다는 똘망똘망한 눈으로 날 쳐다보며 내 주위를 서성거린다. “, 망둥아. 난 말이야, 내가 이런 고민을 할 거라도 생각지도 않았어. 평범한 남학생으로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해 왔는데 어째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긴 걸까? , 도저히 모르겠어. 18년을 평범하게 잘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나는 정말 사람들이 말 하는 동성애자인걸까? 좋아하는 아이에게 고백을 한다면. 생각하기도 싫어. 요즘 개방적이라고는 하지만 어른들은 안 좋게 볼테고, 또래 애들 중에서도 개방적이지 않는 애들도 있던데. 특히나, 우리 엄마, 아빠는 유별나게 보수적이란 말이야. 그냥 나 혼자만 알고 평생을 숨기고 살아가야하나? 나의 성 취향에는 관계없이? 내가 잘 못 된 거야? 전적으로 동성을 좋아하게 된 나에게만 잘못이 있는 거야? 각자가 좋아하는 것들이 다른데. 사랑은 다르면 안 되나? 동성애자도 똑같은 사람이고 단지 특이하고 특별한 사랑을 하는 거야. 이러던 저러던 다른 사람들의 시선 따위 신경 쓰고 싶지 않아!” 난 나의 이야기가 벚꽃의 분홍색처럼 해피엔딩으로 끝났으면 좋겠다. 그러나 이런 고민도 잠시, “현관문 소리가 들렸다. 아빠가 오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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